저는 영어를 꽤 오래 공부했지만, 한 번도 필사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필사를 하는 것이 시간 낭비 같고 비효율적인 학습 방법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영어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효율적인 학습법을 찾아다니며 공부한 제 영어 학습도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새롭게 독일어를 배우면서는 색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필사였습니다.
필사는 시간 낭비가 아니다. 필사는 흥미롭다.
아직 3일 차라 속단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필사는 흥미로운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컴퓨터로 오디오를 들으며 텍스트를 읽고 끝내기보다는, 여기에 나아가서 종이에 펜으로 쓱쓱 따라 적다 보면, 이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가 기분을 정말 좋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필사를 또 하고 싶은,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바로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동기부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당분간 필사를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필사는 시간 낭비가 아니다.필사는 성취감을 준다.
컴퓨터로 타이핑을 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에게는 펜으로 무언가를 적는다는 것이 정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일단 종이에 글을 쓰는 것이 익숙지 않을뿐더러, 책상 옆에 또 펜과 종이를 두기 위해서는 여유 공간도 필요하는 둥 번거로운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으로 적어야 해서 피곤합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할 때 에너지를 많이 투자할수록, 어떤 장애물을 이겨낼수록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만큼, 필사는 컴퓨터로 타이핑을 하는 것보다는 큰 성취감을 줍니다. 또한, 영상은 재생을 하면 그냥 흘러가기 때문에, 내가 제대로 이것을 보았는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재생을 100%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사는 본인이 한 자 한 자 눌러 담아야만 진도가 나가기 때문에, 책 한 권의 필사를 끝냈다는 것은 '내가 온전히' 어떤 하나를 끝마쳤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사를 하시면 더 큰 성취감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에는 재미있는 법입니다. 저는 아직 필사 초보이고, 좋은 '학습법'이라고 생각해서 한다기보다는, 학습을 도와주는 흥미로운 '취미활동'정도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단계에서는 분량을 정해놓고 필사를 하기보다는, 시간을 제한해 놓고 필사를 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생각됩니다. 아직 필사가 100% 나에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는 확신이 없을 때에는 필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 학습법이 나에게 맞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 이미 필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난 후일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필사 후 2일 안에 본인이 쓴 것을 다시 읽어보자.
인간의 기억력은 2일쯤에 다시 재저장해 주는 것이 학습한 내용을 뇌에 오래 저장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필사를 하는 동안에는 한 자 한 자 마음에 새기며 글을 쓸 수도 있지만, 어쩌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복사하는 형태로 필사가 끝나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필사한 것을 2일 후에 꼭 다시 되새김질하며, 학습으로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필사를 계속하며, 필사가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직접 체험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